연희동 산책 / 히메지 돈가스, 매뉴팩트커피, 502스튜디오

2016. 3. 19.

봄이네요. 날씨가 좋아서 연남동 골목길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보통 주말에 연남동에서 음식점과 카페에서 웨이팅은 기본인데 이렇게 날씨에는 더 그렇죠. 이번 주말은 북적이는 연남동을 피해 연희동으로 가서 밥도 먹고 친구가 일하는 스튜디오에 가서 밀린 글도 적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일로 만난 한 디자이너가 작은 책방을 내는 것이 꿈이라 했는데, 책방을 낼 동네로는 연희동을 꼽았습니다. 작은 공방과 스튜디오가 많아 같은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이루고 싶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연희동은 사러가마트에 장을 보기 위해 종종 들려서, 그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습니다.


연희동 한적한 주택가, 작은 스튜디오와 공방이 모여 있다.


봄 날씨라 옷도 가볍게 입고 기분 좋게 산책을 나섰다.


연희동 히메지 2호점에는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1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오징어김밥이 맛있는 연희김밥은 포장 주문 손님이 문 밖까지 줄지어 서 있었고 액세서리와 가방을 만드는 작은 공방과, 예쁜 리빙 소품을 파는 편집 매장도 많아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금세 1시가 다 됐습니다(처음 방문하는 매장을 사진 찍을 만큼 외향적이지 않아 사진은 없습니다).


연희동 히메지 2호점, 카레와 함께 돈가스를 판다.


히메지 2호점 돈가스 8,000원


연희동 히메지 2호점은 자주 찾는 연남동 1호점 벽에 붙은, 2호점을 홍보하는 돈가스 그림을 보고 한 번 가봐야겠다고 평소 생각했었습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10분 정도 뒤에 버섯 수프가, 뒤이어 돈가스가 나왔습니다. <응답하라 1988> 정봉이네 가족이 회식에서 먹었을 법한 맛이었습니다. 유년시절 언젠가 어머니가 집에서 해준 돈가스 같기도 했고요. 아마 토마토 케첩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희동 매뉴팩트커피 가정집 분위기의 독특한 매장


연희동 매뉴팩트커피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3,000원/잔


오늘 해야 할 일은 밀린 글을 적는 것입니다. 히메지 돈가스를 맛있게 먹긴 했지만, 한적한 연희동으로 도망쳐 온 것도 집중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였죠. 처음엔 카페를 가려했으나, 근처 502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친구가 마침 출근했다기에, 히메지와 같은 골목에 있는 연희동 매뉴팩트 커피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친구가 일하는 연희동 502 스튜디오. 잡지사, 웨딩, 쇼핑몰 촬영 공간을 대여해 준다.


몇몇 연출용 가구를 제외하곤 아무 것도 없는 여유로운 공간


연희동 502 스튜디오. 친구가 일하는 동안, 기다린다는 것을 핑계로 빈 방에서 글을 적었습니다. 촬영 스튜디오라서 몇몇 연출용 가구를 제외하곤 넓은 공간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얼마 전 일본 드라마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를 감명 깊게 봤는데, 드라마의 메시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더군요. 글 쓰는데 집중도 잘되었고요. 글 쓰러 아무 때나 이곳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려서 큰일입니다. 부디 이번 봄 동안 친구 일이 넘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