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앞선 글에서, 블로그에 오래도록 글을 적지 못한 이유로 ‘내 감상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번 글에서 내 감상을 확신하지 못했던 구체적인 계기에 관해 쓰고자 한다. 얼마 전 신형철 평론가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필사할 기회가 있었다. 이전에도 다양한 글을 필사했지만 이처럼 구조가 튼튼하고 문장이 정갈한 글은 베껴 쓴 적이 없었다. 대게 좋은 글을 필사하면 마음이 편안한데, 이번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책머리에 쓰인 〈두 번째 산문집을 엮으며〉라는 글에서 작가는 글짓기 준칙 세 가지를 집짓기에 비유해 소개한다.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있을 만하고 또 있어야만..
2019.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