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오카 서점 리서치 / 하나의 방, 하나의 책 Morioka Sh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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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지나는 길목에 지난 봄 문을 연 조그마한 헤어숍이 있습니다. 지난 6개월 간 유심히 봐왔는데, 딱히 간판이랄 것도 없고, 심지어 가게의 이름도 없어서 의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입구에는 작은 글씨로 전화번호만 적혀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곳은 헤어 디자이너 한 명이 운영하는데, 입소문이 났는지 손님도 제법 있었습니다. ‘어디 한번 나도.’라는 마음에 컷을 한번 하고, 마음에 들어 펌도 했습니다. 사실 컷에 비해 펌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헤어스타일을 꾸밀 것인지 디자이너 분과 상의하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럴 만큼 금세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1인이 운영하는 이름 없는 작은 헤어숍’이라는 묘한 매력이 디자이너 분과의 마음의 벽을 허물어 두 번의 만남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10년전 모리오카씨가 서점을 열었던 카야바초의 건물 입구 / image : www.ameblo.jp


모리오카 서점이 장소를 대하는 태도

이 헤어숍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일본의 모리오카 서점 Morioka Shoten & Co. Ltd. 을 리서치 하면서 ‘장소’를 대하는 태도가 비슷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모리오카 서점의 설립자인 모리오카 森岡督行 씨는 10년 전 도쿄 중심가의 중고서점에서 일하던 중, 카야바초 茅場町 에 있는 쇼와시대 昭和時代 에 지어진 건물에 매료되어, 그곳에 자신의 이름을 건 서점을 열었다고 합니다. 모리오카씨는 이곳에서 책과 함께 전시회나 작가의 강연회 등을 열며 조금씩 역량을 키웠습니다. 이곳에는 서점을 상징할 만한 로고나 심벌이 없었습니다. 그저 서점의 이름과 주소가 같은 크기와 서체로 나란히 적혔습니다.


하나의 방, 하나의 책

최근 모리오카 서점은 도쿄에 문을 열었고, ‘하나의 방, 하나의 책’이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던 모리오카씨는 2014년 9월 2일, takram에서 주최한 마사미치 토야마(Smiles Co. Ltd. 대표)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하나의 방, 하나의 책’ 기획을 소개했고, 그에게서 후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실현하게 된 것입니다. 이곳의 브랜딩은 강의를 주최한 takram design engineering 에서 맡았습니다. 역시 모리오카씨의 성향에 영감을 받아 공간을 내세우고, 서점의 이름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도록 브랜딩 되었습니다. 마름모 모양의 심벌은 책을 펼친 형태이자 하나의 방을 상징하고 내세우는 슬로건은 하나의 책, 하나의 방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들어선 긴자의 뒷골목에 있는 스즈키 빌딩은 Nippon Kobo의 오피스로 쓰였던 곳으로 일본의 디자인사에 있어서 상징적인 건물입니다.


긴자의 뒷골목에 있는 스즈키 빌딩 / image : www.takram.com, ⓒmiyuki kaneko


모리오카 서점에서 운영하는 '하나의 방, 하나의 책' / image : www.takram.com, ⓒmiyuki kaneko


image : www.takram.com, ⓒmiyuki kaneko


Through discussing with Morioka, takram thought that the character of the location, or genius loci, had been and would be a very important factor for him, thus should be reflected to the logo design. To be specific, takram added a message of “a bookstore with a single room” into rhombic shape. / takram design engineering


이름보다는 장소로 기억되는 생생한 경험

다시 제가 다니는 헤어숍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그곳에 두 번째 방문했을 때 가게에 이름이 없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감성이 맞는 동네 손님만을 추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도 아버지가 자영업 하는 것을 10년이 넘도록 지켜봐 왔고, 아르바이트 경험도 많이 했기 때문에 감성이 맞지 않는 -나쁘게 말하면 진상- 손님에 대한 스트레스를 잘 알고 있습니다. 헤어 디자이너가 경험으로 채득 한, 행복하게 일하기 위한 하나의 지혜일 것입니다. 이곳은 장소 자체가 이름입니다. 그곳에 가려면 어떻게 하는지 걸음이 알기 때문에 굳이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름을 내 세우는 곳보다는 장소가 매력적인 곳이 더 자주 찾게 됩니다. 모리오카 서점의 ‘하나의 방, 하나의 책’도 가까이 있다면, 분명 몸이 기억하고 자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takram design engineering 에서 브랜딩한 하나의 방, 하나의 책 마름모 형태의 심벌 / www.takram.com ⓒtakram design engineering


서점의 이름과 주소가 같은 크기와 서체로 나란히 적혔다. / www.takram.com ⓒtakram design engine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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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담긴 의견 5

    • 공간부터 서체랑 로고까지 정말 좋네요. 직접 제작한 서체인가봐요.
      저도 1인 미용실에 가 본 적 있어요. 어색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참 편안했고, 무엇보다 그 곳 선곡이 좋더라고요ㅎㅎ

    • 네 서체는 모리오카 쇼텐(서점)의 머릿글자인 M과 S를 기준으로 삼고 디자인했다고 하네요.
      미용실은 동네에 있는 곳을 가게된다는 점에서 참 독특한 공간인 것같아요. 음식점이야 여러 곳을 가 보지만, 미용실은 한번 가게되면 왠만하면 바꾸지 않잖아요. 그만큼 잘 맞는 미용실이 있다는 건 좋은 것같아요.
      특히 1명이 운영한다는 것은 주인일테고, 직원이 바뀐다거나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봐주지 않는다는 거죠. 생각할수록 묘합니다 ㅎㅎ

    • 대구에서 살다 최근 서울로 오게되었는데, 대구에서 말씀하신 부분과 아주 일맥상통하는 형태의 헤어샵을 운영하시는 분이 계셔서 항상 그 분한테만 머리를 자르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직 서울에서 그런 곳을 찾지 못해 우울하네요. 실례가 안된다면 주소라도 여쭙고 싶은 심정입니다ㅜㅜ

    •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숍인데, 너무 멀지는 않으신지 모르겟어요. 서울 마포구 연희로1길 46에 있는 숍입니다 :)

    • 앗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멀더라도 제가 감수해야죠 헤헤 다시한번 정말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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