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 가나코 <사라바> 행복을 볼모로 잡힌 삶을 구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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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좇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행복하길 바라는 건 당연하지만, 어쩐지 현대인이 행복을 바라는 태도에는 필사적인 면이 있다. 행복을 좇는 건 상대적 불행의 증거다. 인간의 욕심에 끝이 없듯, 행복을 바라는 욕심 또한 끝이 없다. 그래서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그것과 멀어지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다. 행복을 좇기보다는 믿음을 좇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소설 <사라바>를 읽고 난 후다.


제152회 나오키상을 받은 니시 가나코의 장편소설 <사라바>의 주인공 아유무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 서서히 불행해지기 시작했고, 행복을 좇으려 하면 할수록 행복과 멀어졌다. 무려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그는 불행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나서야 자신이 행복을 좇을수록 불행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믿는, 최대한 멀리 도망치고 싶은 사람을 통해서.



책 제목인 '사라바'는 우리말로 '그럼, 안녕히'라는 뜻의 오래된 표현이라고 하는데, 마치 니시 가나코가 행복을 갈구하는 독자에게 전하는 위로처럼 들린다. '삶은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행복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원적 질문에 소설은 담담히 "네가 믿을 것을 찾아.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돼."라고 속삭인다.


"아무리 재수 없는 인생이라고 해도 자신이 믿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면 언젠가 빛이 비치는 날이 온다는 이 소설에는 커다란 긍정이 넘친다. 또 관찰자였던 ‘나’가 어느덧 주인공이 되어 가는 과정도 훌륭하다." 소설가 하야시 마리코



이야기는 주인공의 독백 위주로 묘사되어 중심이 잘 잡혔고, 아유무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사건이 짧은 호흡으로 계속되어 지루하지 않았다(처음으로 완독한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아유무가 태어난 순간부터 40년에 가까운 삶의 궤적을 그린다.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성장하고, 작은 일을 계기로 방향이 결정되는 그의 삶에 빗대어 내 삶은 어디로 걸어가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가 믿는 건 뭘까? 나는 아유무와 아유무를 둘러싼 인물이 결국 믿는 '그것'을 찾은 것을 보고, 내가 믿는 '그것'을 찾아 나가는 데 한 발 내딛게 되었다. 아유무(혹은 저자)는 이 이야기에서 믿을 것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이야기를 읽으라고 권한다. 추락하는 삶의 구원은, 믿음은 오직 문학 속에 있다는 듯이.


사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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