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 쿨하스 건축 갤러리아 광교

2020. 5. 6.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한국관. 그리고 한국관을 진두지휘했던 조민석 건축가. 그는 대한민국 건축을 전 세계에 알린 자랑스러운 건축가다. 그 뒤 서울시청, 서울역 고가공원 등 한국 건축사에 길이 남을 대형 프로젝트 공모에서 번번이 우승을 놓쳤는데 나는 그게 무척 아쉬웠다. (조민석 건축가와 별 상관없는 포스팅이지만 자리를 빌려 아쉬웠던 마음을 남긴다.) 조민석 건축가는 렘 쿨하스가 이끄는 OMA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는데,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심사위원장이 아마 렘 쿨하스였을 것이다. 그가 한국관의 수상을 발표하며 기쁘게 조민석 건축가를 찾았던 기억이 문득 스친다. 그런 그가 이끄는 건축사무소인 OMA가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을 건축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휴를 맞아 광교를 찾았다.

 

렘 쿨하스의 건축관을 파보면 '리좀 이론'이 나온다. 학생 시절 렘 쿨하스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미셸 푸코의 철학과 함께 언급되는 건축가였던 기억도 난다. 미셸 푸코는 감시자 한 명이 모든 수감자를 감시할 수 있는 원형 감옥(판옵티콘)으로 유명한데, 현대 권력이 가진 사회의 통제력에 문제를 제기한 철학가로 기억한다. 렘 쿨하스의 건축 언어인 '리좀 이론'을(철학가 질 들뢰즈의 이론에 등장) 요약하자면 도시의 모든 건축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그러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미셸 푸코가 문제를 제기한 판옵티콘의 건축과 정 반대되는 개념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렘 쿨하스는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평등한 건축을 지향하는, 감히 말하자면 21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이다.

 

백화점 건축은 전통적으로 폐쇄적이다. 해를 완전히 차단하여 점내 상품 디스플레이를 통제하기 편리하기도 하고, 마케팅의 측면에서는 쇼핑을 하는 사람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최대한 인지하지 못하도록 하여 머무는 시간을 늘리려는 심리적 계산이 깔려 있다. 갤러리아 광교는 이런 전통적인 백화점 건축의 구습을 깨고 전층에 자연광을 유입하도록 설계되었다. 외관은 대한민국 백화점 브랜드 중 가장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갤러리아를 단단한 돌에 숨겨져 있는 원석을 상징화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광은 1층부터 옥상까지 건물을 휘감고 있는 (아마도 원석으로 보이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다.

 

전 층에 자연광이 유입되는 '빛의 백화점'이란 말을 듣고 실내 설계를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실내는 여느 백화점과 다르지 않았고, 간간히 외부 유리창에 면한 몇 개의 점포만 자연광이 유입되었고 중창을 둔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건축과 프로그램이 완전히 일치하지 못한 느낌. 기존의 백화점과 차별화를 두기로 했다면 건축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상으로도 획기적인 전환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갤러리아 광교까지 먼 길을 간 발걸음이 조금 허탈하게 느껴졌다.

 

갤러리아 광교 첫인상. 아파트에 둘러싸여 롯데 아울렛과 코트야드 호텔과 상권을 이루고 있다.
갤러리아 광교 건축 외관
갤러리아 광교 건축 외관
갤러리아 광교 건축 외관
갤러리아 광교 도보 출입구
갤러리아 광교 도보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갤러리아 광교 도보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갤러리아 광교  에스컬리에터를 오르면 볼 수 있는 건축 모형 전시관

 

갤러리아 광교  에스컬리에터를 오르면 볼 수 있는 건축 모형 전시관
갤러리아 광교 에스컬레이터 코어
갤러리아 광교 에스컬레이터 코어
갤러리아 광교 외부 창을 따라 늘어선 복도
갤러리아 광교 외부 창을 따라 걸으면 계속해서 윗층으로 오를 수 있다.
갤러리아 광교 외부 창을 따라 걸으면 계속해서 윗층으로 오를 수 있다.
갤러리아 광교 푸드코트. 이것저것 먹을 것이 있다.
갤러리아 광교 푸드코트. 이것저것 먹을 것이 있다.
갤러리아 광교 푸드코트. 홍대개미 큐브스테이크 덮밥
갤러리아 광교 옥상 정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갤러리아 광교 옥상 정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갤러리아 광교 옥상 정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갤러리아 광교 옥상 정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갤러리아 광교 옥상 정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갤러리아 광교 옥상 정원
갤러리아 광교 옥상 정원 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