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모리오카 서점 분투기 황야의 헌책방 / 책과 공간, 산책을 사랑하는 두 기획자의 일기

2018. 2. 11.

반가운 책 두 권을 발견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몇 개월 전 출간되자마자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넣었지만, 츠타야에 관한 책을 꽤 많이 읽었던 터라,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만 하다 잊었던 책. 그러던 중 모리오카 서점에 관한 책인 <황야의 헌책방>이 출간된 것을 알고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와 함께 주문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황야의 헌책방


일본 최대의 체인 서점,

일본 최소의 대안 서점.

두 권의 책을 함께 읽는 황홀한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결제 완료.


모리오카 서점 분투기, 황야의 헌책방


먼저 <황야의 헌책방>


모리오카 서점은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책만 판매하는 콘셉트가 독특하여 알게 되었고, 알게 된 당시 블로그에 리서치도 남기고 도쿄 여행 때 방문 한 곳이기도 해서 반가웠다. (비록 전시 준비 중이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황야의 헌책방>에 ‘일서, 일실’의 모리오카 쇼텐 긴자점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한국어판 서문에 잠깐 등장하는 정도이다. 모리오카 쇼텐 긴자점을 열기 전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이 이제야 국내에 번역됐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한국어판을 디자인한 땡스북스(로컬엔드)에서 모리오카 쇼텐 주인인 모리오카 요시유키 씨가 작은 세미나를 열었던데, 그것을 놓치다니 분하다..


2016년 여름 방문한 모리오카 쇼텐 긴자


모리오카 요시유키가 2006년 불황의 시기에, 그것도 인기 없는 헌책방을 우치다에 열게 된 것. 그것은 본인이 좋아서였다. 모리오카 요시유키는 헌책을 사랑했고, 오래된 건물을 사랑했다.


그는 단지,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에 독립해 헌책방을 여는 것이 좋았다. 헌책에 대한 수요나, 헌책을 팔기에 좋은 위치인가, 라는 분석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서일까, 전시회나 공간 대여 스튜디오를 병행하며, 대안서점으로서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가치 있는 헌책을 구하는 일과, 가치 있는 작가의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어쩐지 닮아 보인다. 다섯 평 남짓한 모리오카 쇼텐 긴자점에서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그의 하루하루는 행복할 것만 같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미워하지 않고 지켜냈기에 지금의 모리오카 쇼텐이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잘 안 풀릴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는 일은 오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다음으로,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경제 호황기에 책과 비디오 대여점, 츠타야를 연 마쓰다 무네아키. 불황의 시기도 기획력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은 뛰어난 비즈니스맨. 온라인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시점에도 그는 오히려 서점이 가진 오프라인의 강점을 부각해,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매력의 츠타야를 만들었다.


책은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기획회사인 CCC의 사내 블로그에 실린 글을 모은 것이다. 블로그는 마쓰다 무네아키가 자신의 생각을 직원과 공유한다는 취지로 2007년부터 시작했고, 2017년까지 10년간의 블로그 글을 선별하여 경영, 조직, 기획, 가치, 시선의 다섯가지 장으로 나누어 이 책으로 정리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마쓰다 무네아키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절로 설득당하게 된다. 그는 생각을 전할 때 비유와 상징을 적절히 섞어 상대방이 알기 쉽고 요점을 명확하게 전한다. 그의 생각들을 읽으며, 뛰어난 기획자는 뛰어난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설득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기획하기 때문이다. ‘기획은 공급이 아닌 창출'이라는 그의 말대로, 그는 사용자에게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여담으로, 마쓰다 무네아키 씨를 보면, 매거진B와 D타워, D뮤지엄 등 리플레이스를 기획하고 오는 4월 한남동에 사운즈라는 복합 문화 공간을 여는 JOH의 조수용 씨가 생각난다.


모리오카 요시유키 씨를 보면, 북 큐레이션과 디자인을 병행하는 땡스북스의 이기섭 씨와, 북 페스티벌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기획하는 유어마인드의 이로 씨가 생각난다.


국내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비즈니스를 하며 기획자로 활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책으로 만나보고 싶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경제적 호황기에 시작한 츠타야,

불황기에 시작한 모리오카.

일본 최대의 체인 서점,

일본 최소의 대안 서점.


마쓰다와 모리오카는 여러모로 달라 보이지만,

둘 다 책과 공간, 산책을 사랑하는 기획자다.


때론 연애편지 같은 애뜻함이 묻어 있는 모리오카의 에세이와,

잠언집과 같은 통찰력으로 가득한 마쓰다의 에세이,

같이 읽어서 좋았다 📚🖤


그동안 츠타야에 관한 이런 책들을 읽고,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매거진B 츠타야  지적 자본론 

츠타야와 모리오카에 관한 이런 곳에 갔습니다.

티사이트 다이칸야마  하우스비전 도쿄 2016  모리오카 쇼텐 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