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을 위한 게스트룸

2017. 10. 24.

교토 일인 여행을 오래전부터 꿈꿨다. 몇 해 전부터 벚꽃이 만개하거나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 교토의 호시노야 리조트로 떠나길 마음속 깊이 바랐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다름 아닌 호시노야에 일인실이 있기 때문. 교토를 가로지르는 가쓰라 강과 강을 따라 아름답게 우거진 산세가 절경을 이루는, ‘물소리(水の音)’라는 이름의 객실이다. 하룻밤에 1백만 원 전후를 호가하지만, 언제 한 번 날씨 좋은 날 홀로 묵으며 제대로 된 온천을 즐기고 정갈한 일식 요리를 양껏 먹고 싶다.


호시노야 교토 미즈노네 水の音


혼자 여행할 때 가끔 꽤 괜찮은 호텔에 묵곤 했다. 쾌적한 시설과 서비스가 준비된 호텔은 확실히 편했지만, 그게 그저 좋았다고만 말할 순 없다. 대부분 호텔 객실은 이인 기준 어메니티를 갖추어서 혼자서 이용하기에 ‘사치’가 아닌 ‘낭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침대는 너무 크고 사용하지 않는 여분의 의자가 있고 이인분 패캐지 조식이 있는 낭비. 혼자라면, 비용이 같더라도 작은 침대와 일인 소파가 있는 적당한 크기의 방에 머물지 않을 이유가 뭘까. 오히려 돈을 더 주고서도 그편이 좋게 느껴진다.


혼자만을 위한 게스트룸


서울에 게스트룸 열었다. 방이 작은 김에 온전히 일인을 위한 게스트룸으로 꾸몄다. 그리 크지 않은 침대와 편안한 일인 소파, 작은 테이블,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스마트 TV, 그리고 몇 달은 족히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소설들. 손님을 위했다기보다 주인인 내 기분만 위했는지 모르지만, 오늘 하루 서울 어느 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한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오늘 밤늦게 첫 손님이 게스트룸을 찾았다. 부디 편하게 머물다 가시길.